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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TEST! - 프로테스트 ! 사진으로 보는 억압과 반항의 현대사 65년 / 존 심프슨 글 / 이주명 옮김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지구 곳곳에서 벌어진 체제 저항에 대한 역사를 사진으로 한데 묶었다. 녹색 평론 144호 맨 뒷장에 소개된 프로테스트!. 제목이 너무 멋있어서 안심도서관에서 구매 요청한 후 빌려서 그 대강을 읽고 사진을 보며 상상을 해 보았다.
책의 옮긴이 후기에 옮긴이는 이런 말을 해 놓았다. 동영상이 산문이라면 사진은 시다. 전달하는 메세지의 강렬함은 동영상보다는 사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수많은 사진을 보면서 그 역사적 맥락과 배경은 알지 못하지만 간략히 소개된 사진의 내용과 등장하는 인물의 표정과 사진 속의 오브제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유심히 찬찬히 살펴 보았다. 역시 옮긴이가 사진이 시라고 말하는 것의 의미를 조금 알것 같다. 사진 속의 배경, 사진 속의 사건, 사진 속의 등장인물의 상황과 표정 그리고 그러한 모든 것을 통하여 그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사진 너머의 그 무엇. 그 많은 이야기를 압축하여 하나의 정지영상에 배치한다. 전쟁을 방불케하는 상황에서 한번의 셔터를 누를때까지 이 기자들은 어떤 정신으로 버티고 또 누를까 ?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사진들은 하나같이 촬영 상황이 목숨을 부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수도 있는 사진들이다. 이 예술가이자 기자들은 어떠한 사명감으로 이러한 상황을 담아내고자 하였을까 ? 역사적 의미를 가질 미래를 위한 직업적 당위성, 정의감 뭐 이런 상투적 존경을 포함하는 어휘로는 분명히 부족하리라. 반세기 전 목숨을 건 셔터의 결과를 이렇게 편안한 책상머리에 앉아 손에 침발라가며 보는 것이 왠지 미안한 느낌이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책은 혁명과 봉기, 항의와 폭동, 권리를 위한 투쟁 그리고 이상주의자들과 행동주의로 나눠서 50년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사진 기록을 분류하여 구성하였다. 나름대로 분류는 하였지만 4가지 분류는 모두 반체제와 반독재에 저항하는 역사적 시위의 현장에 대한 기록이다. 제목처럼 저항한 사진들의 모음이다.
2015년 현재, 대한민국은 교과서 국정화로 온 나라의 인민들이 피곤한 상태다. 저항하든 그렇지 않든 행정고지가 끝나는 달포 뒤에는 국정화 시행을 발표할 태세이다. 미쳐도 유분수지 도대체 뭘 할려고 온 나라를 이토록 어지럽게 만드나라고 주위의 지인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이 미쳐 돌아가는 정권 아니 행정부 수장을 이해하려고 덤비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여자는 이해의 대상이 아니다. 앞뒤도 없고 논리도 없고 그냥 하는 것 뿐이다. 젊은 영애 시절 청와대가 집이었고, 박정희의 수족들이 잘 챙겨주는 삼촌들이었을 그 여자는 그냥 잠시 빼앗긴 집 정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반 대중과 학생이 박정희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이 여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책에 실린 내용에 친일 매국노와 독재라는 두 단어를 지우고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한 구국의 영웅으로 향불을 피우고 술잔을 올리고 싶을 뿐이다. 그저 그것 뿐인 것이다. 공공의 질서와 공공의 선 따위는 이 여자의 머리에 없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국정화 얘기가 나온 것이 반갑다. 이런 생각이 든다. 아 !!! 이제 마지막까지 왔구나. 이 여자는 처음부터 이것이 하고 싶었던 것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 간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을 끝으로 아버지의 제사상에 책 한 권을 올려 두고 싶은 것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녀의 마지막 패착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 자식들의 교육이라면 전 재산을 팔아서라도 강남이나 해외 유학을 보내는 부모들이 즐비한 곳이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아빠들은 기어이 홀로 돈 버는 기러기 로봇이 되기를 꺼리지 않는 부모들이다. 그러한 부모들의 관심은 오로지 "시험"과 "수능"이다. 만에 하나 국정화가 된다면 시험이나 수능은 더더욱 교묘하게 비꼬아서 어렵게 출제될 것이고, 비틀린 교과서 내용으로 아이들은 수능을 위한 역사 암기와 왜곡되지 않은 역사를 배우는 아주 피곤한 아이들이 될 것이다. 이러한 아이들의 긴장과 불만을 위대한, 아주 위대한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가만히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우리의 아이들은 이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세월호의 학습효과일 것이다. 비단 아이들만이 아닐 것이다. 나 또한 어떠한 방식이든 의사를 표출할 것이다.
뭉툭한 칼이 단단하고 날카로워 질려면 방법은 하나다. 더 많은 담금질과 더 많은 망치질이 필요하다. 누르는 힘과 누르는 시간이 커질수록 마지막 한번에 터지는 힘은 그 몇 갑절이 될 것이다. 마지막 담금질과 마지막 망치질 그리고 마지막으로 누르는 힘이 될 것이라는 느낌이 자꾸만 든다.
2015. 10. 20. 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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