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 나무. 인생.
봄, 불가능이 기르는 한때 본문
봄, 불가능이 기르는 한때.
남덕현 / 푸른사상
대저 한 시인의 사유는 닿을 수 없는 꿈 속인가 ?
한 시절 치열한 한가로움으로 지어낸 생각에 감히 닿을 수 없다.
작가께서 지어낸 '게으른 농담'(우리 마실 까페 이름)은 권력이 있는 제도를 정면에서 온 몸으로 뚫어버릴 나른하게 기울어진 창으로 나는 읽힌다.
세상이 쌓아 올린 정체모를 '이상', '바름', '옳음', '근면', '성실' 등과 같은 요사스런 이불을 작가 만이 낳을 수 있는 기울어진 말들로 일명 '발라버린다'.
난 이렇게 똑바로 기울어진, 이해되지 않는 작가의 울림이 좋다.
나는 얼빠그리한데, 어디가 그리 얼빠그리한지 몰랐다.
작가의 페이스북, 허투루같지만 그렇지 않은 날카롭게 벼린 글들로 나의 가슴에 기스를 냈다.
그리하여 아주 조금씩, 뭔지 모르지만 갖추어진 세상에 철저히 빨리 적응하고자 했던 나를 너무 불편하게 만들어줬다.
내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알게 해주었다.
내가 적응하려고 하는 세상이 정의가 아니라는 것을, 다만 먹고 사는데만 열중하여 불안에 쩔어 사는 나에게 그리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생존의 논리가 모든 가치를 공허하게 만들어버릴 때, 죽으라면 죽으면 되지머라며 작은 용기나마 글로 적을 수 있게 만들어준 작가 중의 한 명.
그리하여 작으나마 한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책으로 거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게 될 것 같다.
분위기를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시인의 사유는 모든 것을 살아있게 하는 힘이 있다.
책 뒷면에 잘 짜여진 이산하 시인의 후기 또한 허무하다.
세상의 갖은 허무를 무기로, 허무를 사랑으로, 허무를 철학하는 ? 작가의 세상이 허무하다.
나도 막 지껄여본다.......
너와 나 사이의 간극을 막 나오는 허튼 말로 자꾸 발라본다. 그러면 작가의 허무를 좀 배껴 쓸 수 있으려나......
2020. 07. 02. 버들.